하늘이 너무 맑다. 어제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부터는 해가 환하게 떠있다. 인생의 앞날도 이렇게 좋아지려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오늘은 좀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아키하바라에서 시부야 역으로,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깊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8:30 AM

드디어 도착한 곳은 스타벅스다. 그런데 그냥 스타벅스가 아니다. 전 세계에 5개만 있는, 리저브 로스터리의 5번째 지점인 도쿄 지점이다. 일반 스타벅스 음료 메뉴도 팔기는 하지만, 이곳만의 시그니쳐 메뉴를 맛보기 위해 돈을 펑펑 쓰더라도 사람들이 방문하며, 심지어 알콜 메뉴를 팔기도 한다! 진정한 낮술! 푸드 역시 고급 베이커리와 제휴해서 고급화 되었기 때문에, 가격 역시 사악하다고 보면 된다. 나는 탕진잼을 실현해서라도 못해보는 아쉬움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남은 엔화 다 털어버린다는 생각으로 입장했다.

이제 보니 사진 제대로 못찍었네 ㅠㅠ

 

단순히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스타벅스라는 이미지의 궁극적인 방향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들인 느낌이다. 커피 원두부터 직접 볶고, 중앙의 파이프를 통해 각 층에 배분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와서 블로그 등에서 후기를 찾을 수 있다. 남자가 보기에도 세련되고 감각적이라고 느꼈다.

(오른쪽에 딱 저렇게만 샀는데도, 음료/푸드와는 별개로 8000엔이 넘게 나왔다 ㄷㄷ)

 

 

11:00 AM

슬슬 배가 고파졌기 때문에, 점심을 먹으러 시부야로 향했다. 오늘은 원래 스벅 이후로 시부야 - 하라주쿠 - 신주쿠를 느긋하게 돌아다닐 계획이었지만, 예상외로 앞에서 지출이 너무 커서 (+ 다리가 아직 안풀려서) 시부야, 신주쿠만 간단히 보고 쉬는 걸로 바꿨다.

시부야 교차로야 너무 유명한거 같다. 사진찍기 제일 좋은 곳은 츠타야 위의 스벅 2층 저기 창가 자리이지만, 멀리서 봐도 이미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반대편의 JR시부야 역 건물의 구름다리에서 찍었다. 그물망이 좀 거슬리지만, 대신 경쟁은 치열하지 않아서 좋은거 같다. 비슷하지는 않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동대문 + 합정 ~ 신촌 같은 느낌이다. 사진 찍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본의 회전 초밥이 궁금해서 저렴한 스시집으로 향했다.

겐키 스시라고 이미 많이 알려진 집으로 알고 있다. 다들 알겠지만, 여기의 특이한 점은 레일만 있고, 초밥은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만들어서 저렇게 레일을 타고 내 자리까지 온다는 점이다. 그릇을 내리고 나서 패드를 터치하면 배달왔던 쟁반(?)이 다시 들어간다. 이런 시스템은 한국에서는 못봤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와인으로 낮술 2라운드

점심 식사 후에 시부야 거리를 간단히 구경하고, 신주쿠 까지 간단히 구경했다. 생각보다 도시는 오래볼만한 포인트는 없었다. 그리고 아키하바라로 돌아와서 조금 더 구경했는데, 용산이 평지에 있구나.. 라는 느낌 정도? 너무 모에모에한 것들만 있어서 솔직히 지루했다.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 일찍 들어가서 쉬었다.

 

마지막날 아침

3, 4일을 하나로 묶은 이유는 분량도 별로 없거니와, 어차피 마지막 날은 일찍 공항에 가야했기 때문에 여행으로서의 의미가 별로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식사는 구색이라도 맞춰서 챙겨먹고 싶었다. 처음 야마구치로 여행갔을때 24시간 나카우에서 유명한 건 안먹고 이상한 것만 먹어서 조금 거시기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카우의 시그니처 메뉴를 먹을 겸해서, 24시간 문여는 나카우로 향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나카우는 오야코동이 주력 메뉴였다. 그래서 오야코동 & 미니소바 셋트 + 미소시루 & 샐러드 셋트로 먹었다. 저렇게 하니 거의 천엔 가까이 나왔던거 같다. 덕분에 동전 많이 털어냈다 ㅋㅋ 물론 오야코동도 아주 맛나고 부드러웠다. 아침에 먹기 딱 좋은 구성이었다.

 

출국심사 다시 마치고, 공항 면세점 기념품 코너에서 시로이 코이비토와 과자를 구매해서 마지막 남은 동전을 모두 털어낸 다음 비행기를 탔다. 아직 못해본게 몇개 더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욕심을 버리는 게 맞겠다. 그리고 욕심보다 두려움이 앞설 정도로 돈을 펑펑 썼기 때문에, 다시 여행을 오게 되는 때는 낭비할 부분은 별로 없을거 같다. 이번 여행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의 원동력으로 작용할거 같다.

 

비행기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봤다 굿뜨b + 면세 쇼핑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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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일어나니, 다행히도 사타구니 따가움은 많이 가라앉은듯 하다. 그래도 안심할수는 없기에 연고 처방은 다시 확실히 해두고..

 

2일차는 도쿄역에서 에키벤을 사서 역 근처 황궁 공원의 벤치에서 먹으면서 일본 아침의 공원 분위기를 만끽할 예정이었다. 근데 비가 오네.. 망했어요 플랜 B 대안을 세웠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우산까지 챙겨오고도 에키벤을 사고 실내에서 먹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머리속에 에키벤 밖에 없었던거 같다. 점점 초조해지다 결국 사람 거의 안돌아다니는 통로를 찾아서 거기서 땅바닥에 그냥 앉은채로 에키벤을 까서 먹었다. 그렇게 먹고 있으니까 정신이 들더라.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 인생이 그래온거 같더라. 무의식적으로, 안되는 일을 억지로 고생고생을 하면서 진행하려고 하고, 나중에야 "내가 지금 이 무슨 뻘짓을 하고 있는거지?" 하면서 후회하는 패턴이 도쿄역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더라. 그리고 또 혼자 울컥해지더라. 이 모든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더라.

 

그래도 여행와서 멍때리고 있을수만은 없으니 플랜 B 점심을 구상했다. 다행히도 노상취식을 한 그 통로의 건물 지하에 갈까말까 고민했던 오코노미야키 맛집이 있었다. 비가 점점 옅어지는거 같았지만, 그친건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실내에서만 움직이는 동선을 짜야했다. 다행히도 오후에 원래 예정했던 오다이바에서는 실내 활동이 대부분이라, 오코노미야키로 점심식사까지 마무리하고 바로 오다이바로 이동했다.

 

1:30 PM

오다이바에서의 주 목적은 Teamlab Borderless 였다. 디지털 아트로 정의할수 있겠는데, 수 많은 영상 장치와 동적 시각화 영상의 조화로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까지 일으키는 공간에서 체험을 하는 방식이었다. 오전의 찜찜한 느낌을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폰카 & 사진작가(?) 본인의 한계 탓도 있지만, 이팩트가 너무 화려하고 동적이다 보니 카메라로 담는건 한계가 있었다. 이건 직접 가서 보는게 최곤데.. 당분간은 도쿄 오다이바에서 계속 하는데 나중에 다른 국가에서 다시 열리면 그때 여행가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스테이지도 많고 넓기도 엄청 넓다보니 발이 많이 아프더라. 최종 출구 바로 직전에 EN TEA HOUSE 라는 카페가 있었다.

이날은 정신이 없다보니 못 찍은 곳이 좀 있다. 카페 입구에서 몇 가지 종류의 녹차와 녹차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고, 결제하고 들어가면 안내해준다. 세팅이 되면 자동으로 녹차 위에 꽃이 피었다 지는 거 같은 영상효과가 켜진다.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인데, 별거 없는데 가격이 ㅎㄷㄷ 하다. 녹차는 그러려니 하지만(500엔),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사악하다(1200엔). 본인은 기왕 여행 왔으니 탕진잼을 위해 돈을 팡팡 썼지만.. 여행 예산을 넉넉히 잡고 온게 아니라면 고민 많이하고 들어갈 것을 권한다.

 

Art 체험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회전 관람차를 탔다. 남자 혼자서 굳이 이걸 미리 예매해서 탄 이유는, 요즘 멘탈이 붕괴직전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 아무도 안보는데서 혼자 펑펑 울고 싶어서였다.. 근데 막상 타니까 눈물이 안나더라 또 망했어요 이날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었는데, 하필 비가 와서..ㅠㅠ

 

비 때문에 오다이바 안에서도 걸어다니는 건 무리일거 같아서, 아예 유리카모메 1일 패스권을 사서 이용했다. 유리카모메를 3번 이상 타는 경우부터 이득인데, 평소 같으면 굳이 필요없었겠지만 비가 오는 날이라 그냥 유리카모메 계속 타고 중간에 계속 내리는게 덜 귀찮을거 같았다.

오다이바 스벅에서 메뉴판 오른쪽에 보이는 'Peach on the Beach Frappucino'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못본거 같아서였고, 예상대로 아주 달다구리해서 돌아다니느라 지친 상태인 나에게 그나마 힐링이 되었다. 조이폴리스도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다리도 아프고 나보다도 한참 젊은 사람들만 잔뜩 있는거 같기도 해서 패스했다.

 

6:00 PM

계획 상으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롯본기 힐스로 향했다. 그 전에 일본 라멘을 한번은 꼭 먹어보기로 생각해서, 이번에는 잇푸도 라멘 롯본기 지점을 들어갔다.

 

아카마루 + 계란 + 한입교자 Half 로 주문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치란보다 넘사벽으로 맛있었다. 심지어 익힘 정도를 덜 익힘에 가깝게 먹었는데도, 매운거 잘 못먹는데도 맵기도 적당하고 면도 국물도 훨씬 입맛에 맞았다. 반찬도 마음껏 덜어먹어도 되고, 한국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라멘집 들어가서 먹는 느낌이기도 했고.. 만약 다시 일본 여행가게 된다면 이제 이치란은 무조건 건너뛰고 잇푸도 아니면 아예 로컬 라멘집으로 갈거다. 종업원들도 친절해서 아주 기분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롯본기 힐스 전망대 입구가 의외로 찾기 어려웠다. 역에서 올라와서 보이는 타워 입구로 바로 들어가면 안되고, 왼쪽으로 돌아서 사진처럼 간판이 있는 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했다. 무조건 줄 서야 되는줄 알았는데, 줄 정리하는 분이 예매권 보더니 안내데스크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안내데스트 가서 예매내역 보여주니 바로 티켓 끊어줘서 바로 입장 가능했다. 도데체 줄은 왜 선거니??

 

여기 야경도 크아~ 다만 이 야경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폰카는 어림도 없더라. (아니면 내가 기술이 없는건가??) 여기는 전망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최소 DSLR급 카메라는 들고 와야 퀄리티가 나온다. 실제로 야경 찍는 사람들 중에 그런 고급 카메라 들고 와서 찍는 아재들 많더라. 그래도 도쿄 타워를 포함해서 도쿄 시내를 360도에 가깝게 쭉 전망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는 가장 좋은 곳이 될거 같다. 야경 보고 바로 모리미술관도 관람했다. 미리 구매한 예매권에 포함되어 있었다.

발, 다리는 무지 아팠지만.. 오늘은 아침의 영감부터 시작해서 예술을 통한 스스로의 힐링이 된 하루였던거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미술 전시회나 Art 작품 관람하는게 재밌을거 같다. 그리고 한국도 현대미술 관련해서는 은근히 수준 높지 않나??

 

9:00 PM

호텔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어제부터 예정된 맛집을 많이 못갔다. 특히, 카네코 한노스케 텐동을 놓치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거 같았다. 그래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시 향했다.

 

식당 내부가 좁다보니 폰카로 내부를 찍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대신 음식 사진만큼은 놓칠수 없으니까, 이것만 찍었다. 저녁 9시 반이면 마감이라고 얼핏 본거 같아서, 9시 10분 쯤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를 해야했다. 대신 대기하면서 미리 주문을 할 수가 있었다. 본인은 텐동에 보리멸 튀김을 추가했다. 튀김이라 많이 느끼하기는 하지만, 바삭하면서 푹신하기도 한 다채로운 식감을 주는 튀김이었다. 그리고 아나고는 먼저 먹는게 좋다고 해서 따라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이건 한국에서는 절대 맛보지 못할거 같은 맛과 식감과 등등 이었다.

 

이날은 뭐가 그리 아쉬웠는지, 호텔로 바로 안들어가고 돈키호테를 또 들러서 쇼핑을 했다. 결국 호텔 돌아오니 밤 11시.. ㅠㅠ

Posted by kevin.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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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는 3월 초에 비행기 티켓 예약한거 부터 시작해서 거의 6개월 정도 한거 같다. 근데 7월부터.. 일본이 뭐?? 수출규제를 해?? 그러더니 뭐?? 불매운동 한다고?? 여행도 가지 말자고???? 그러더니 점점 일본에 관련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기 힘들어지는 이 상황.. 참..

 

이참에 미리 말해둔다.

난 일본 좋아한다. 명탐정 코난 매니아라서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인거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거사를 비열하게 덮고있는 아베총리와 자민당 & 현 일본 정부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정치에 관련해서는 현재 일본의 권력 집단은 철저히 경멸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배층에게 철저히 속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론 이젠 앞으로, 최소 도쿄 올림픽 하는 내년의 12월까지는 일본에 대한 모든 형태의 불매에 동참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을거다.

 

이번에 일본으로 여행가서 엔화를 소비하고 온건, 개인적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럼에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당분간 일본을 국가의 구성원 입장으로 적대시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고, 수도인 도쿄에서 평범한 일본 사람들을 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이번이 일본 관련해서는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으로 간것이다. 아마 2019년 7, 8월 중에 일본여행 취소 안하고 갔다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이었을거다.

 

전날 밤 10:00PM

예전에 새벽 비행기를 새벽에 집에서 출발해서 타려다가 망할 뻔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전날 미리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공항 노숙을 했다. 물론, 아무리 공항이 시설이 좋다고 해도,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출국 후 대기 구역에는 편의점마저 없기 때문에 소파에서 자는 건 무리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24시간 운영하는 동편 스카이 허브 라운지를 이용했다. my 주 거래 카드인 '카드의 정석 PREMIUM' 의 카드 혜택 중에 공항 라운지 연 5회 무료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어서 공짜로 입장했다. 대부분 여기를 야간에 이용하는 경우는 비행기가 새벽 출발이기 때문에 대기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인거 같다. 실제로 면세구역 내의 면세점과 음식점 등 대부분이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문을 닫는다. 아무리 공항이라고 해도 24시간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곳은 롯데리아 정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 비행기면 무리하게 택시나 없다시피 한 야간 교통편 기다리느니, 일찍 와서 공항 라운지 이용하는게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야간에 제공되는 음식은.. 많이 아쉬워지지만, 막상 가보면 새벽에 몸 편하게 대기할 장소가 진짜 없다.

(물론 이건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가능할때의 얘기이고, 그렇지 않다면 출국 전 공항 지하의 찜질방이나 혹은 진짜 노숙을 하는 수밖에..)

 

아, 꿀팁 하나 더, 사진은 못찍었는데 동편 스카이허브 라운지 근처의 샤워장이 야간에는 무료로 개방된다. 정확히 말하면 관리하는 사람 없이 그냥 오픈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새벽부터 ~ 아침 7시 까지는 무료라고 하니, 새벽에 비행기 기다리다가 씻고 싶을때 이용하면 좋을거 같다. 수건은 입구 옆의 데스크에 올려져 있어서 그냥 가져다 쓰면 된다.

 

아침(?) 6:45 AM

드디어.. 6개월 가까이 기다려온 비행기를 진짜로 탄다!!

올해 초에 기타큐슈, 후쿠오카를 갔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무려 도쿄를 간다는 사실이 날 가슴 뛰게 만들었다. 그때는 코난투어라서 솔직히 체력이 많이 딸렸지만, 이번에는 먹고 쇼핑하는거 외에는 계획 세워둔게 전무했기 때문에.. 일본에 진짜 즐기러 간다는 생각에 몹시 들떴다

 

10:30 AM

 

드디어 나리타 공항에 착륙했다. 의외로 입국심사가 뭐 없다시피 끝나서 많이 놀랐다. 나리타 공항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에 내려서 스에히로초 역으로 갔다. 그 근처에서 규카츠 맛집을 갈 예정이었는데.. 문을 닫았다. 번역기 돌려서 안내문 해석하니 식재료 수급 문제로 다음날까지 임시 휴무라고 한다 what the f.. 근데 규카츠 자체는 포기 못하겠다. 비행기 착륙하면서 이미 머리 속에 규카츠 이미지만 잔뜩 넣어놓고 왔기 때문에.. 

 

그래서 대안으로 호텔에 먼저 가서 캐리어를 먼저 맡겨놓고, 긴자선 미스코시마에 역 근처의 모토무라 규카츠에 갔다. 여기도 구글 평점 4.3은 되기 때문에 괜찮겠다 싶었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규카츠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기인데 맛이 없겠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

너무 맛있다!!

겉에만 튀김옷이 입혀진 고기를 개인 화로에 살짝 익혀 먹어도 맛있었고, 그냥 먹어도 또 다른 맛이 있었다. 고기를 이렇게 재미있게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마도 조미료가 첨가된 거 마냥 전혀 밍밍하지 않고 적당히 짭잘하면서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첫 식사를 하고, 미스코시마에 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이나 종로, 명동 같이 도로에 고층 건물이 멋드러지게 놓아져 있는 이미지였다. 도쿄 올림픽 얼마 안남았다고 저렇게 한껏 꾸며놓았는데.. 에휴 ㅠㅠ

 

1:00 PM

밥먹고 도쿄 돔에 갔다. 사실 여기서 나의 목적에 도쿄 돔 자체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여길 굳이 간 이유는 '명탐정 코난 프라자'에 가서 덕질(?)을 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에서 코난 극장판이 매년 개봉할때마다 코난 카페나 코난 프라자 같은 이벤트 성격의 명소가 열린다. 보통은 일본 기준으로 극장판 개봉하고 한달 이내로만 열지만, 이번에 도쿄 돔의 프라자는 9월 초까지 개봉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서 갔다. 아쉽게도 덕질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사진은 전혀 찍지 못했다. 근데 계산할때 영수증 보니 만엔이 넘었다. 면세도 안되는데 ㄷㄷ;;

 

2:30 PM

시간이 애매했는데도 우에노 공원을 갔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부지런한건지 미련한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에노 공원에 있는 스타벅스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인거 같다. 예상대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로 거의 모든 자리가 만석이었다. 그리고 한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3:30 PM

우에노 공원만 보고나서 바로 아사쿠사로 갔다.

전형적인 관광지 느낌? 한국으로 치면 경복궁 온거 마냥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구경하고 사진찍고, 여자들은 기모노 체험하면서 돌아다니고, 나도 여행온 사람이니까 이런 분위기 아주 좋았다. 그리고 일본에 이런 신사를 왔으면 오미쿠지도 뽑아주는게 재미 뽀인트지!

 

반길이 나왔다 아놔 뒷목 뒤에 해석을 보기만 해도 그닥 기분이 별로.. 이럴거면 그냥 흉이라고 적으라고!!! (한국어 해석 : https://boelverk00.blog.me/221220539297)

 

지난 코난투어때 뽑은 오미쿠지도 이런 식으로 나오더니.. 그래서 종이를 접어서 옆에 걸어두는 곳에 잘 매달아두고 왔다. 참고로 오미쿠지 종이는 흉이 나오면 옆의 나무 같은데에 매달아놓고 나오는 것이 관습이다. 보통은 대길이 아닌 이상 그렇게 한다고 한다.  미신이겠지만, 지난 여행에서 이런 관습을 모른채 오미쿠지 종이를 한국에 들고 왔다가.. 몇달 동안 안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ㅠㅠ

이거라도 먹고 기분 풀어야지 ㅠㅠ

그렇게 아사쿠사까지 구경하고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 아키하바라로 돌아갔다. 근데.. 오늘 너무 걸었나.. 점점 사타구니 쪽이 따갑다. 점점 걸을때마다 쓸려서 따가워진다. 일단 호텔까지는 체크인해서 들어갔지만.. ㅠㅠ

 

8:00 PM

샤워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점점 아프다 으아아아아아!!!!! 안되겠다. 연고라도 발라야지.. 방치했다가는 오늘은 어떻게 버틸지 몰라도 내일 진짜 큰일날거 같다. 이런데 전용 연고를 검색해본 다음에 근처 드럭스토어를 찾아 다시 호텔에서 나왔다. 첫번째 간 곳은, 호텔 근처의 마츠모토키요시. 근데 이런 종류는 없단다. OTL.. 점점 커지는 따가움을 참으며, 아키하바라 역 건물에 있는 고쿠민 드럭스토어에 겨우 도착했다. 다행히도 여기는 있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계산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연고를 발랐다. 근데 이거 하루밤은 자고 일어나야 효과가 나타나나.. 통증이 그렇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단은 꾹꾹 참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냥 미련한거 같아.. 저녁식사 겸 혼여 축하 기념 만찬으로 스키야키 코스를 예약한 식당에 갔다.

 

어설픈 일본어 실력으로 아주머니와 대화하면서 설명 듣기로는, 여기는 관동식 스타일이지만 전통 레시피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짜다. 난 진작에 예상하고 간거라 오히려 그 짠맛도 즐겼지만, 한국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가서 먹으면 열에 아홉은 상당히 싫어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식습관 문화에 아주 많이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매우 일본스러운 맛이라서 좋았다)

 

맛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현지 일본인 종업원 아주머니와 얘기 많이 하면서 솔직히 매우 재미있고 좋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로 다시 인사하시는.. ㅎㅎ 그리고 나한테 일본어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학원에서 배워왔다고 하니 엄청 놀라시더라. 그리고 저 식당은 현지인 회식 맛집인거 같았다. 내가 있던 1인실 말고 다른 모든 방에서는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국과도 비슷해보이는 회식자리의 소리가 났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식당을 나옴과 함께 다시 이 따가움이.. 내일은 제발 괜찮기를 바라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연고를 아주 듬뿍 바르고 캡슐룸에서 잠을 청했다 ㅠㅠ

Posted by kevin.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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