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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04 30대 초반 마지막 일본 여행기 - 도쿄 1일차

여행준비는 3월 초에 비행기 티켓 예약한거 부터 시작해서 거의 6개월 정도 한거 같다. 근데 7월부터.. 일본이 뭐?? 수출규제를 해?? 그러더니 뭐?? 불매운동 한다고?? 여행도 가지 말자고???? 그러더니 점점 일본에 관련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기 힘들어지는 이 상황.. 참..

 

이참에 미리 말해둔다.

난 일본 좋아한다. 명탐정 코난 매니아라서 일본에 대해서는 우호적인거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거사를 비열하게 덮고있는 아베총리와 자민당 & 현 일본 정부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정치에 관련해서는 현재 일본의 권력 집단은 철저히 경멸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배층에게 철저히 속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론 이젠 앞으로, 최소 도쿄 올림픽 하는 내년의 12월까지는 일본에 대한 모든 형태의 불매에 동참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을거다.

 

이번에 일본으로 여행가서 엔화를 소비하고 온건, 개인적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럼에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당분간 일본을 국가의 구성원 입장으로 적대시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고, 수도인 도쿄에서 평범한 일본 사람들을 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이번이 일본 관련해서는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으로 간것이다. 아마 2019년 7, 8월 중에 일본여행 취소 안하고 갔다온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생각이었을거다.

 

전날 밤 10:00PM

예전에 새벽 비행기를 새벽에 집에서 출발해서 타려다가 망할 뻔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전날 미리 출국심사까지 마치고 공항 노숙을 했다. 물론, 아무리 공항이 시설이 좋다고 해도, 출국심사를 마치고 나면 출국 후 대기 구역에는 편의점마저 없기 때문에 소파에서 자는 건 무리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24시간 운영하는 동편 스카이 허브 라운지를 이용했다. my 주 거래 카드인 '카드의 정석 PREMIUM' 의 카드 혜택 중에 공항 라운지 연 5회 무료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어서 공짜로 입장했다. 대부분 여기를 야간에 이용하는 경우는 비행기가 새벽 출발이기 때문에 대기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인거 같다. 실제로 면세구역 내의 면세점과 음식점 등 대부분이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문을 닫는다. 아무리 공항이라고 해도 24시간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곳은 롯데리아 정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 비행기면 무리하게 택시나 없다시피 한 야간 교통편 기다리느니, 일찍 와서 공항 라운지 이용하는게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야간에 제공되는 음식은.. 많이 아쉬워지지만, 막상 가보면 새벽에 몸 편하게 대기할 장소가 진짜 없다.

(물론 이건 라운지를 공짜로 이용가능할때의 얘기이고, 그렇지 않다면 출국 전 공항 지하의 찜질방이나 혹은 진짜 노숙을 하는 수밖에..)

 

아, 꿀팁 하나 더, 사진은 못찍었는데 동편 스카이허브 라운지 근처의 샤워장이 야간에는 무료로 개방된다. 정확히 말하면 관리하는 사람 없이 그냥 오픈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새벽부터 ~ 아침 7시 까지는 무료라고 하니, 새벽에 비행기 기다리다가 씻고 싶을때 이용하면 좋을거 같다. 수건은 입구 옆의 데스크에 올려져 있어서 그냥 가져다 쓰면 된다.

 

아침(?) 6:45 AM

드디어.. 6개월 가까이 기다려온 비행기를 진짜로 탄다!!

올해 초에 기타큐슈, 후쿠오카를 갔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무려 도쿄를 간다는 사실이 날 가슴 뛰게 만들었다. 그때는 코난투어라서 솔직히 체력이 많이 딸렸지만, 이번에는 먹고 쇼핑하는거 외에는 계획 세워둔게 전무했기 때문에.. 일본에 진짜 즐기러 간다는 생각에 몹시 들떴다

 

10:30 AM

 

드디어 나리타 공항에 착륙했다. 의외로 입국심사가 뭐 없다시피 끝나서 많이 놀랐다. 나리타 공항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우에노에 내려서 스에히로초 역으로 갔다. 그 근처에서 규카츠 맛집을 갈 예정이었는데.. 문을 닫았다. 번역기 돌려서 안내문 해석하니 식재료 수급 문제로 다음날까지 임시 휴무라고 한다 what the f.. 근데 규카츠 자체는 포기 못하겠다. 비행기 착륙하면서 이미 머리 속에 규카츠 이미지만 잔뜩 넣어놓고 왔기 때문에.. 

 

그래서 대안으로 호텔에 먼저 가서 캐리어를 먼저 맡겨놓고, 긴자선 미스코시마에 역 근처의 모토무라 규카츠에 갔다. 여기도 구글 평점 4.3은 되기 때문에 괜찮겠다 싶었다. 어차피 한국에서도 규카츠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기인데 맛이 없겠나 싶었다. 그리고 역시

너무 맛있다!!

겉에만 튀김옷이 입혀진 고기를 개인 화로에 살짝 익혀 먹어도 맛있었고, 그냥 먹어도 또 다른 맛이 있었다. 고기를 이렇게 재미있게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마도 조미료가 첨가된 거 마냥 전혀 밍밍하지 않고 적당히 짭잘하면서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첫 식사를 하고, 미스코시마에 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한국으로 치면 광화문이나 종로, 명동 같이 도로에 고층 건물이 멋드러지게 놓아져 있는 이미지였다. 도쿄 올림픽 얼마 안남았다고 저렇게 한껏 꾸며놓았는데.. 에휴 ㅠㅠ

 

1:00 PM

밥먹고 도쿄 돔에 갔다. 사실 여기서 나의 목적에 도쿄 돔 자체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여길 굳이 간 이유는 '명탐정 코난 프라자'에 가서 덕질(?)을 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에서 코난 극장판이 매년 개봉할때마다 코난 카페나 코난 프라자 같은 이벤트 성격의 명소가 열린다. 보통은 일본 기준으로 극장판 개봉하고 한달 이내로만 열지만, 이번에 도쿄 돔의 프라자는 9월 초까지 개봉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서 갔다. 아쉽게도 덕질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사진은 전혀 찍지 못했다. 근데 계산할때 영수증 보니 만엔이 넘었다. 면세도 안되는데 ㄷㄷ;;

 

2:30 PM

시간이 애매했는데도 우에노 공원을 갔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부지런한건지 미련한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우에노 공원에 있는 스타벅스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인거 같다. 예상대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로 거의 모든 자리가 만석이었다. 그리고 한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3:30 PM

우에노 공원만 보고나서 바로 아사쿠사로 갔다.

전형적인 관광지 느낌? 한국으로 치면 경복궁 온거 마냥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구경하고 사진찍고, 여자들은 기모노 체험하면서 돌아다니고, 나도 여행온 사람이니까 이런 분위기 아주 좋았다. 그리고 일본에 이런 신사를 왔으면 오미쿠지도 뽑아주는게 재미 뽀인트지!

 

반길이 나왔다 아놔 뒷목 뒤에 해석을 보기만 해도 그닥 기분이 별로.. 이럴거면 그냥 흉이라고 적으라고!!! (한국어 해석 : https://boelverk00.blog.me/221220539297)

 

지난 코난투어때 뽑은 오미쿠지도 이런 식으로 나오더니.. 그래서 종이를 접어서 옆에 걸어두는 곳에 잘 매달아두고 왔다. 참고로 오미쿠지 종이는 흉이 나오면 옆의 나무 같은데에 매달아놓고 나오는 것이 관습이다. 보통은 대길이 아닌 이상 그렇게 한다고 한다.  미신이겠지만, 지난 여행에서 이런 관습을 모른채 오미쿠지 종이를 한국에 들고 왔다가.. 몇달 동안 안좋은 일의 연속이었다 ㅠㅠ

이거라도 먹고 기분 풀어야지 ㅠㅠ

그렇게 아사쿠사까지 구경하고 호텔 체크인을 하기 위해 아키하바라로 돌아갔다. 근데.. 오늘 너무 걸었나.. 점점 사타구니 쪽이 따갑다. 점점 걸을때마다 쓸려서 따가워진다. 일단 호텔까지는 체크인해서 들어갔지만.. ㅠㅠ

 

8:00 PM

샤워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점점 아프다 으아아아아아!!!!! 안되겠다. 연고라도 발라야지.. 방치했다가는 오늘은 어떻게 버틸지 몰라도 내일 진짜 큰일날거 같다. 이런데 전용 연고를 검색해본 다음에 근처 드럭스토어를 찾아 다시 호텔에서 나왔다. 첫번째 간 곳은, 호텔 근처의 마츠모토키요시. 근데 이런 종류는 없단다. OTL.. 점점 커지는 따가움을 참으며, 아키하바라 역 건물에 있는 고쿠민 드럭스토어에 겨우 도착했다. 다행히도 여기는 있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계산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연고를 발랐다. 근데 이거 하루밤은 자고 일어나야 효과가 나타나나.. 통증이 그렇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일단은 꾹꾹 참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그냥 미련한거 같아.. 저녁식사 겸 혼여 축하 기념 만찬으로 스키야키 코스를 예약한 식당에 갔다.

 

어설픈 일본어 실력으로 아주머니와 대화하면서 설명 듣기로는, 여기는 관동식 스타일이지만 전통 레시피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짜다. 난 진작에 예상하고 간거라 오히려 그 짠맛도 즐겼지만, 한국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가서 먹으면 열에 아홉은 상당히 싫어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식습관 문화에 아주 많이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매우 일본스러운 맛이라서 좋았다)

 

맛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현지 일본인 종업원 아주머니와 얘기 많이 하면서 솔직히 매우 재미있고 좋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로 다시 인사하시는.. ㅎㅎ 그리고 나한테 일본어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학원에서 배워왔다고 하니 엄청 놀라시더라. 그리고 저 식당은 현지인 회식 맛집인거 같았다. 내가 있던 1인실 말고 다른 모든 방에서는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한국과도 비슷해보이는 회식자리의 소리가 났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식당을 나옴과 함께 다시 이 따가움이.. 내일은 제발 괜찮기를 바라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연고를 아주 듬뿍 바르고 캡슐룸에서 잠을 청했다 ㅠㅠ

Posted by kevin.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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