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너무 맑다. 어제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부터는 해가 환하게 떠있다. 인생의 앞날도 이렇게 좋아지려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오늘은 좀 일찍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아키하바라에서 시부야 역으로,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깊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8:30 AM

드디어 도착한 곳은 스타벅스다. 그런데 그냥 스타벅스가 아니다. 전 세계에 5개만 있는, 리저브 로스터리의 5번째 지점인 도쿄 지점이다. 일반 스타벅스 음료 메뉴도 팔기는 하지만, 이곳만의 시그니쳐 메뉴를 맛보기 위해 돈을 펑펑 쓰더라도 사람들이 방문하며, 심지어 알콜 메뉴를 팔기도 한다! 진정한 낮술! 푸드 역시 고급 베이커리와 제휴해서 고급화 되었기 때문에, 가격 역시 사악하다고 보면 된다. 나는 탕진잼을 실현해서라도 못해보는 아쉬움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남은 엔화 다 털어버린다는 생각으로 입장했다.

이제 보니 사진 제대로 못찍었네 ㅠㅠ

 

단순히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스타벅스라는 이미지의 궁극적인 방향으로 표현하기 위해 공들인 느낌이다. 커피 원두부터 직접 볶고, 중앙의 파이프를 통해 각 층에 배분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와서 블로그 등에서 후기를 찾을 수 있다. 남자가 보기에도 세련되고 감각적이라고 느꼈다.

(오른쪽에 딱 저렇게만 샀는데도, 음료/푸드와는 별개로 8000엔이 넘게 나왔다 ㄷㄷ)

 

 

11:00 AM

슬슬 배가 고파졌기 때문에, 점심을 먹으러 시부야로 향했다. 오늘은 원래 스벅 이후로 시부야 - 하라주쿠 - 신주쿠를 느긋하게 돌아다닐 계획이었지만, 예상외로 앞에서 지출이 너무 커서 (+ 다리가 아직 안풀려서) 시부야, 신주쿠만 간단히 보고 쉬는 걸로 바꿨다.

시부야 교차로야 너무 유명한거 같다. 사진찍기 제일 좋은 곳은 츠타야 위의 스벅 2층 저기 창가 자리이지만, 멀리서 봐도 이미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반대편의 JR시부야 역 건물의 구름다리에서 찍었다. 그물망이 좀 거슬리지만, 대신 경쟁은 치열하지 않아서 좋은거 같다. 비슷하지는 않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동대문 + 합정 ~ 신촌 같은 느낌이다. 사진 찍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본의 회전 초밥이 궁금해서 저렴한 스시집으로 향했다.

겐키 스시라고 이미 많이 알려진 집으로 알고 있다. 다들 알겠지만, 여기의 특이한 점은 레일만 있고, 초밥은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만들어서 저렇게 레일을 타고 내 자리까지 온다는 점이다. 그릇을 내리고 나서 패드를 터치하면 배달왔던 쟁반(?)이 다시 들어간다. 이런 시스템은 한국에서는 못봤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와인으로 낮술 2라운드

점심 식사 후에 시부야 거리를 간단히 구경하고, 신주쿠 까지 간단히 구경했다. 생각보다 도시는 오래볼만한 포인트는 없었다. 그리고 아키하바라로 돌아와서 조금 더 구경했는데, 용산이 평지에 있구나.. 라는 느낌 정도? 너무 모에모에한 것들만 있어서 솔직히 지루했다.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호텔 일찍 들어가서 쉬었다.

 

마지막날 아침

3, 4일을 하나로 묶은 이유는 분량도 별로 없거니와, 어차피 마지막 날은 일찍 공항에 가야했기 때문에 여행으로서의 의미가 별로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식사는 구색이라도 맞춰서 챙겨먹고 싶었다. 처음 야마구치로 여행갔을때 24시간 나카우에서 유명한 건 안먹고 이상한 것만 먹어서 조금 거시기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카우의 시그니처 메뉴를 먹을 겸해서, 24시간 문여는 나카우로 향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나카우는 오야코동이 주력 메뉴였다. 그래서 오야코동 & 미니소바 셋트 + 미소시루 & 샐러드 셋트로 먹었다. 저렇게 하니 거의 천엔 가까이 나왔던거 같다. 덕분에 동전 많이 털어냈다 ㅋㅋ 물론 오야코동도 아주 맛나고 부드러웠다. 아침에 먹기 딱 좋은 구성이었다.

 

출국심사 다시 마치고, 공항 면세점 기념품 코너에서 시로이 코이비토와 과자를 구매해서 마지막 남은 동전을 모두 털어낸 다음 비행기를 탔다. 아직 못해본게 몇개 더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욕심을 버리는 게 맞겠다. 그리고 욕심보다 두려움이 앞설 정도로 돈을 펑펑 썼기 때문에, 다시 여행을 오게 되는 때는 낭비할 부분은 별로 없을거 같다. 이번 여행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의 원동력으로 작용할거 같다.

 

비행기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봤다 굿뜨b + 면세 쇼핑도 ㅋㅋ

Posted by kevin.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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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일어나니, 다행히도 사타구니 따가움은 많이 가라앉은듯 하다. 그래도 안심할수는 없기에 연고 처방은 다시 확실히 해두고..

 

2일차는 도쿄역에서 에키벤을 사서 역 근처 황궁 공원의 벤치에서 먹으면서 일본 아침의 공원 분위기를 만끽할 예정이었다. 근데 비가 오네.. 망했어요 플랜 B 대안을 세웠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우산까지 챙겨오고도 에키벤을 사고 실내에서 먹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머리속에 에키벤 밖에 없었던거 같다. 점점 초조해지다 결국 사람 거의 안돌아다니는 통로를 찾아서 거기서 땅바닥에 그냥 앉은채로 에키벤을 까서 먹었다. 그렇게 먹고 있으니까 정신이 들더라.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내 인생이 그래온거 같더라. 무의식적으로, 안되는 일을 억지로 고생고생을 하면서 진행하려고 하고, 나중에야 "내가 지금 이 무슨 뻘짓을 하고 있는거지?" 하면서 후회하는 패턴이 도쿄역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더라. 그리고 또 혼자 울컥해지더라. 이 모든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더라.

 

그래도 여행와서 멍때리고 있을수만은 없으니 플랜 B 점심을 구상했다. 다행히도 노상취식을 한 그 통로의 건물 지하에 갈까말까 고민했던 오코노미야키 맛집이 있었다. 비가 점점 옅어지는거 같았지만, 그친건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실내에서만 움직이는 동선을 짜야했다. 다행히도 오후에 원래 예정했던 오다이바에서는 실내 활동이 대부분이라, 오코노미야키로 점심식사까지 마무리하고 바로 오다이바로 이동했다.

 

1:30 PM

오다이바에서의 주 목적은 Teamlab Borderless 였다. 디지털 아트로 정의할수 있겠는데, 수 많은 영상 장치와 동적 시각화 영상의 조화로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착각까지 일으키는 공간에서 체험을 하는 방식이었다. 오전의 찜찜한 느낌을 날려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폰카 & 사진작가(?) 본인의 한계 탓도 있지만, 이팩트가 너무 화려하고 동적이다 보니 카메라로 담는건 한계가 있었다. 이건 직접 가서 보는게 최곤데.. 당분간은 도쿄 오다이바에서 계속 하는데 나중에 다른 국가에서 다시 열리면 그때 여행가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스테이지도 많고 넓기도 엄청 넓다보니 발이 많이 아프더라. 최종 출구 바로 직전에 EN TEA HOUSE 라는 카페가 있었다.

이날은 정신이 없다보니 못 찍은 곳이 좀 있다. 카페 입구에서 몇 가지 종류의 녹차와 녹차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고, 결제하고 들어가면 안내해준다. 세팅이 되면 자동으로 녹차 위에 꽃이 피었다 지는 거 같은 영상효과가 켜진다.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인데, 별거 없는데 가격이 ㅎㄷㄷ 하다. 녹차는 그러려니 하지만(500엔),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사악하다(1200엔). 본인은 기왕 여행 왔으니 탕진잼을 위해 돈을 팡팡 썼지만.. 여행 예산을 넉넉히 잡고 온게 아니라면 고민 많이하고 들어갈 것을 권한다.

 

Art 체험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회전 관람차를 탔다. 남자 혼자서 굳이 이걸 미리 예매해서 탄 이유는, 요즘 멘탈이 붕괴직전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 아무도 안보는데서 혼자 펑펑 울고 싶어서였다.. 근데 막상 타니까 눈물이 안나더라 또 망했어요 이날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었는데, 하필 비가 와서..ㅠㅠ

 

비 때문에 오다이바 안에서도 걸어다니는 건 무리일거 같아서, 아예 유리카모메 1일 패스권을 사서 이용했다. 유리카모메를 3번 이상 타는 경우부터 이득인데, 평소 같으면 굳이 필요없었겠지만 비가 오는 날이라 그냥 유리카모메 계속 타고 중간에 계속 내리는게 덜 귀찮을거 같았다.

오다이바 스벅에서 메뉴판 오른쪽에 보이는 'Peach on the Beach Frappucino'를 주문했다. 한국에서 못본거 같아서였고, 예상대로 아주 달다구리해서 돌아다니느라 지친 상태인 나에게 그나마 힐링이 되었다. 조이폴리스도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다리도 아프고 나보다도 한참 젊은 사람들만 잔뜩 있는거 같기도 해서 패스했다.

 

6:00 PM

계획 상으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롯본기 힐스로 향했다. 그 전에 일본 라멘을 한번은 꼭 먹어보기로 생각해서, 이번에는 잇푸도 라멘 롯본기 지점을 들어갔다.

 

아카마루 + 계란 + 한입교자 Half 로 주문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치란보다 넘사벽으로 맛있었다. 심지어 익힘 정도를 덜 익힘에 가깝게 먹었는데도, 매운거 잘 못먹는데도 맵기도 적당하고 면도 국물도 훨씬 입맛에 맞았다. 반찬도 마음껏 덜어먹어도 되고, 한국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라멘집 들어가서 먹는 느낌이기도 했고.. 만약 다시 일본 여행가게 된다면 이제 이치란은 무조건 건너뛰고 잇푸도 아니면 아예 로컬 라멘집으로 갈거다. 종업원들도 친절해서 아주 기분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롯본기 힐스 전망대 입구가 의외로 찾기 어려웠다. 역에서 올라와서 보이는 타워 입구로 바로 들어가면 안되고, 왼쪽으로 돌아서 사진처럼 간판이 있는 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했다. 무조건 줄 서야 되는줄 알았는데, 줄 정리하는 분이 예매권 보더니 안내데스크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안내데스트 가서 예매내역 보여주니 바로 티켓 끊어줘서 바로 입장 가능했다. 도데체 줄은 왜 선거니??

 

여기 야경도 크아~ 다만 이 야경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폰카는 어림도 없더라. (아니면 내가 기술이 없는건가??) 여기는 전망을 사진으로 담으려면 최소 DSLR급 카메라는 들고 와야 퀄리티가 나온다. 실제로 야경 찍는 사람들 중에 그런 고급 카메라 들고 와서 찍는 아재들 많더라. 그래도 도쿄 타워를 포함해서 도쿄 시내를 360도에 가깝게 쭉 전망으로 볼 수 있는 곳으로는 가장 좋은 곳이 될거 같다. 야경 보고 바로 모리미술관도 관람했다. 미리 구매한 예매권에 포함되어 있었다.

발, 다리는 무지 아팠지만.. 오늘은 아침의 영감부터 시작해서 예술을 통한 스스로의 힐링이 된 하루였던거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미술 전시회나 Art 작품 관람하는게 재밌을거 같다. 그리고 한국도 현대미술 관련해서는 은근히 수준 높지 않나??

 

9:00 PM

호텔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어제부터 예정된 맛집을 많이 못갔다. 특히, 카네코 한노스케 텐동을 놓치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거 같았다. 그래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시 향했다.

 

식당 내부가 좁다보니 폰카로 내부를 찍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대신 음식 사진만큼은 놓칠수 없으니까, 이것만 찍었다. 저녁 9시 반이면 마감이라고 얼핏 본거 같아서, 9시 10분 쯤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를 해야했다. 대신 대기하면서 미리 주문을 할 수가 있었다. 본인은 텐동에 보리멸 튀김을 추가했다. 튀김이라 많이 느끼하기는 하지만, 바삭하면서 푹신하기도 한 다채로운 식감을 주는 튀김이었다. 그리고 아나고는 먼저 먹는게 좋다고 해서 따라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이건 한국에서는 절대 맛보지 못할거 같은 맛과 식감과 등등 이었다.

 

이날은 뭐가 그리 아쉬웠는지, 호텔로 바로 안들어가고 돈키호테를 또 들러서 쇼핑을 했다. 결국 호텔 돌아오니 밤 11시.. ㅠㅠ

Posted by kevin.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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